해운대구, ‘챔버’ 달맞이에서 새롭게 피어나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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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9개월 만에 완전 복원, 달맞이광장에 설치

‘챔버(Chamber, 꽃의 내부)’가 2017년 12월 철거된 지 2년 9개월 만에 복원돼 달맞이광장에 설치됐다. 해운대구(구청장 홍순헌)는 14일 오후 5시 30분 제막식을 가졌다.

챔버는 설치미술의 거장 고(故) 데니스 오펜하임(1938~2011·미국)의 마지막 작품이다. 해운대구는 2011년 2월 해운대해수욕장에 챔버를 설치했는데 해풍과 태풍으로 훼손이 심해 2017년 12월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유족과 협의를 거치지 않아 유족을 비롯해 지역 미술계에 큰 충격을 준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해운대구는 문화행정의 신뢰 회복을 위해 작품을 복원하기로 했다. 2018년 2월, 유족과 여러 차례 논의 끝에 APEC나루공원에 재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챔버 철거 소식을 눈여겨보고 있던 달맞이언덕의 예술인들과 주민, 상인들이 챔버를 달맞이에 설치해 줄 것을 희망하였고, 서명운동을 벌여 1천여 명이 참여했다. 주민들은 서명서와 달맞이 설치를 희망하는 내용의 편지를 작가의 부인인 에이미 오펜하임에게 보냈다. 에이미 오펜하임은 “설치 장소 변경에 동의하며, 챔버에 대한 각별한 사랑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구는 부산미술협회에 챔버 복원작업을 위탁했고, 올해 1월부터 9개월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했다. 바다 위에 한 송이 동백꽃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챔버’는 가로 8.5m, 세로 8m에 높이는 6.1m이다. 바람이 통하는 9개의 꽃잎 사이를 걸을 수 있어 개방적인 체험형 작품이다.

홍순헌 구청장은 “달맞이꽃의 꽃말인 ‘기다림’처럼 오랜 기다림과 우여곡절 끝에 달맞이에서 피어난 챔버가 시민에게 예술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오래도록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해운대구는 지난해부터 7억 원을 투입해 달맞이길 재정비에 나섰다. 수국, 달맞이꽃, 꽃무릇 등을 심고 달벤치, 달토끼, 은하수조명 등 경관조명과 포토존을 설치했다. 특히 챔버 설치에 맞춰 달맞이광장의 각종 시설과 화단을 말끔히 단장했다.

내년에는 해월정 전망데크 설치, 어울마당 화장실 신축, 달맞이길 체력단련장 조성 등 달맞이언덕을 휴식과 낭만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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